‘프리뭄 논 노체레 (Primum Non Nocere)''
이것은 무엇보다도 상처를 입히지 말라는 뜻이다. 십대를 대하는 선생님과 부모들에게도 이와 비슷한 원칙이 필요하다. 십대 아이의 경험과 느낌, 감정에 대해 부정하거나 왈가왈부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아이가 가진 감정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십대 아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이해한 것을 놓고,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먼저 설득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딸 : 이 블라우스 정말 예쁘다.
엄마 : 예쁘기는 뭐가 예뻐~ 촌스럽구만, 디자인도 이상하고...
엄마는 딸아이의 감각을 세련되게 바꿔주고 싶을 수도 있고 예쁘게 입히고 싶어서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가르치려 했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이야기 하면 딸은 엄마의 숨은 의도를 들을 수가 없다. ‘넌 감각이 형편없구나’ 하는 소리로만 들릴 수 있다. 십대 아이에게 형편없다느니 바보 같은 생각을 한다는 사실을 확신시켜 주려고 애쓰는 것은 절대 현명한 처사가 못 된다. 이럴 때는 십대 아이의 취향에 대해 비판이나 판단하지 말고 보는 그대로 설명해주면 된다.
“엄마가 보니까 넌 옷깃을 깊게 파서 시원하게 보이는 블라우스를 좋아하는구나”
“넌 초록, 분홍, 자주색을 좋아하나봐”
“넌 디자인이 대담한 옷들을 사고 싶구나”
그리고 나서 부모가 좋아하는 것을 말하면 된다.
“엄마는 부드러운 색이 좋더라”
“엄마는 디자인이 섬세한 옷을 원해”
“엄마가 듣기로는 디자인의 영원한 테마가 물방울 무늬라던데 그건 어떨거 같아?”
십대 아이의 경험이나 감정, 감각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이 느끼는 것에 대해 신뢰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것이 자신감 (自信感)을 갖게 되는 과정이다. 십대 아이가 느끼는 것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비판을 하게 되면 자신의 감각에 대해 불신을 하게 되고 자신감을 잃게 된다.
위의 표현들이 바람직한 까닭은 가치평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비판이 담겨 있지 않다. 보는 대로, 관찰한 대로 말을 하면 적대감이나 공격적인 느낌을 갖지 않게 한다. 부모가 비판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아이는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체면을 구기거나 마음 상하는 일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 경험을 인정하고 감정을 확인해주는 것은 십대 아이와의 관계에 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관계에 유익하다.
- 부모와 십대사이 참조 -